시승기

[시승기]상쾌한 움직임에 빠지다, BMW Z4

3,497 2019.06.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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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석이조 효과 지닌 새 플랫폼

 -정통 스포츠카 DNA 품은 운전 재미


 세계적으로 SUV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세단과 쿠페 등의 정통 세그먼트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시들해지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경량 스포츠카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완제품이 나와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구매 비율이 낮아 제조사 입장에선 그리 달갑지(?) 않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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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완성차 회사들의 경량 스포츠카 만들기는 점차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심지어 단종 선언도 적지 않다. 한때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SUV나 파생 차종의 뒷전으로 밀려 찬밥 신세가 된 셈이다. 하지만 BMW는 다르다. 운전하는 즐거움은 세그먼트 구분이 없어야 하고 중심에는 스포츠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쟁사가 속속 스포츠카 라인업을 축소할 때 BMW는 보다 공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다. 친환경 스포츠카 i8을 시작으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8시리즈의 부활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BMW가 추구하는 정통 스포츠카인 Z시리즈도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단종설을 일축하고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희망을 안겨다 준 3세대 Z4를 직접 만났다. 신형 Z4는 균형 잡힌 자세로 여전히 화끈하게 달렸고 운전하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띠게 했다. 


 ▲스타일&상품성 

 비율에서부터 이전 세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길이는 85㎜ 길어지고 너비는 75㎜ 늘어났다. 반대로 앞뒤 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는 26㎜ 줄어든 2,470㎜다. 앞바퀴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왔고 뒷바퀴 바로 앞에는 운전석이 있다. 50:50의 이상적인 무게 배분과 완벽한 비율 달성에는 '클러스터 아키텍처(CLAR)'라 불리는 새 플랫폼의 영향이 컸다. 세단부터 대형 SUV까지 폭 넓게 사용하는 BMW 뒷바퀴굴림 전용 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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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용도가 높은 새 플랫폼 덕분에 균형 잡힌 몸매는 물론 무게도 50㎏이나 낮출 수 있었다. 차를 꾸미는 세부 요소는 과하지 않다. 가로에서 세로 형태로 바뀐 헤드램프는 물론 한껏 입을 벌린 키드니 그릴도 단정하다. 앞범퍼는 날카롭고 입체적인 모습으로 역동성을 표현했다. M 스포츠 패키지를 넣어 테두리는 모두 유광 블랙으로 마무리했다. 

 휠도 마찬가지다. 블랙 M 전용 휠과 안쪽에 자리 잡은 파란색 스포츠 브레이크 캘리퍼는 차의 성격을 한 층 부각시킨다. 앞 팬더에 뚫린 에어브리더와 위로 치켜 올린 캐릭터 라인, 사이드미러 디자인도 세련된 모습이다. 뒤는 굴곡진 가로형 테일램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툼한 범퍼는 차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고 트렁크는 끝을 올려 일체형 스포일러 역할을 대체한다. 투톤으로 처리한 디퓨저와 두 개의 커다란 배기구도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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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최근 선보인 BMW 차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운전자 쪽으로 치우친 센터패시아와 새로운 'UI'가 돋보이는 디지털 계기판, 변속레버 주변도 마찬가지다. 다만 낮은 시트 포지션과 누워있는 앞 유리창 덕분에 색다른 느낌을 준다. 여기에 직선과 각을 살린 대시보드 및 도어 안쪽 디자인은 마치 잘 만든 조형물을 보는 것 같다. 

 성격상 수납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곳곳에 알짜배기 공간을 만들어 활용도는 제법 높다. 반대로 컵홀더는 센터터널 뒤쪽 콘솔박스 안에 있어 음료를 넣고 빼기 불편하다. 트렁크는 톱 개폐와 상관없이 281ℓ로 이전 세대와 비교해 50%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입구도 넓어 웬만한 짐은 손쉽게 넣고 뺄 수 있다. 

  

 ▲성능 

 기다란 보닛 안에는 BMW가 새로 개발한 직렬 4기통 2.0ℓ 트윈 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최고 197마력, 최대 32.6㎏.m의 토크이며 0→100㎞/h 가속은 6.6초, 최고속도는 시속 240㎞다. 숫자만 보면 주행 감각이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기우였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으르렁거리면서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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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틀을 활짝 열면 엔진 회전수가 널뛰기하며 빠르게 레드존으로 다가간다. 터보차저 특유의 지연 현상은 다소 있지만 크게 숨을 고르고 나면 다시 재빠르게 튀어 나간다. 운전자는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엄청난 가속감에 취하게 된다. 변속기는 느슨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는다. 매뉴얼 모드에서도 운전자 의도에 맞춰 칼같이 변속하며 이 과정에서 들리는 바리톤 사운드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발한다.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의 경량 스포츠카는 굽이치는 코너에서 빛을 발휘한다. 이상적인 무게 배분과 낮은 차체 덕분에 안정감이 뛰어나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다. 자세제어장치를 끄면 뒤가 흐르는 장면도 쉽게 연출 가능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무리한 주행은 권장되지 않는다. 물론 안전장치를 모두 활성화하면 극단적으로 짧은 휠베이스와 안정적인 무게중심이 더해져 위험한 상황이 쉽게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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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의 반응이 일품이다. 엉덩이 끝으로 도로 위 잔진동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운전자는 차가 주는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조금 더 스릴 있고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코너를 하나씩 정복해 나갈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과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런 부분이 경량 스포츠카를 선택하고 타는 가장 큰 즐거움일 테니 말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속도를 줄인 뒤 톱을 열었다. 하드톱에서 소프트톱으로 바꾼 덕분에 구조가 간단하고 잡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톱은 시속 50㎞의 속도에서 단 10초 만에 여닫을 수 있다. 톱을 열면 느낌은 완전 색다르다. 햇살이 실내로 들이치며 바람은 머리 위를 스치는 지나간다. 매혹적인 배기음은 아무런 여과 없이 귓가에 바로 들린다. 머릿속 복잡한 생각은 말끔히 사라지고 차원을 이동한 듯한 행복 가득한 세계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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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BMW Z4는 덩치 큰 SUV로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물건이다. 신형은 새 플랫폼과 디자인이 주는 신선함을 무기로 이상적인 균형감각과 믿음직한 파워트레인이 조화를 이룬다. 전체적인 조화가 뛰어나 조금 더 출력이 높은 30i나 6기통 버전의 40i가 더욱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차를 다루면서도 일상의 즐거움을 원한다면 20i만으로도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 지켜온 BMW의 성격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형 Z4는 제 역할을 다했다. 가격은 6,7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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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토타임즈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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